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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1. 27. 15:58 - 시맹

힘들다


라는 말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사실 난 힘들지 않다. 과제가 그렇게 많은것도 아니고 평소보다 아주 조금 더 있을 뿐인데 힘들다라니, 말도 안된다. 잠도 꼬박꼬박 자던대로 잘 자고 있다. 학교에서 잠이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몸의 기력이 빠진것도 아니고 감기가 든 것도 아니다.

그런데 힘들다는 말이 하고 싶어졌다. 자꾸 합리화를 하려고 하고, 난 힘드니까 이제 좀 쉬어야지 조금만 놀아야지 좀 있다가 하자 이런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힘들다라는 말이 거짓말인건 나도 안다. 정말 나 자신을 속이는 일만큼 쉬운 건 없는 것 같다.

힘들다, 라는 말은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한 자만이 잠시 뒤를 돌아보며 내뱉는 말 정도. 진정으로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은 잠깐 휴식을 취할지언정 자기 자신을 놓아버릴만큼의 휴식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곧 자신을 가다듬고 가던 길을 또 최선을 다해 나아가겠지.

언제나 잠이 쏟아질 만큼 지루한 수업 시간이었다. 주변의 많은 학생들이 책상 위에 쓰러져 있고 나 조차도 너무 졸려서 잠을 자야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 내가 휴식을 취할 특권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오르면서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나는 조금 더 달콤한 휴식을 위해 잠시 미루고 수업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나에게 그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런 일은 없었다. 스스로 합리화하려던 나를 단호하게 막아낸 것이다. 좀 뿌듯했다. 사실 별일 아니지만 사소한 것에라도 축하하며 살아야 삶이 좀 더 재미나지 않겠는가.

자, 이제 등을 꼿꼿이 피고_ 크게 숨을 들이쉬고_ 마저 하던 일을 마무리 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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