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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4. 22:54 - 시맹

노트




나에겐 은근히 노트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다. 생각해 보니 사놓고 안쓰는 노트가 꽤 많다.
어렸을 때부터 수첩이나 노트 사놓고 좀 끄적거리다 또 바꾸고 바꾸고 그랬었는데.
노트 표지가 예쁘면 자꾸만 손이 가게 된다. 그렇다고 너무 부담스럽게 예쁘면 또 손이 안간다.
가끔 노트를 사러가면 오래전부터 알던 친구처럼 친근한 느낌이 드는 노트가 있다.
크기도 보통 사이즈의 노트보다 2/3정도 크기의 노트가 가장 친근한 것 같다.
나에게 노트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지 어떻게 알게 되었냐면,
목요일이었나 - 
현금을 뽑아서 만원이 생겼는데 잔돈이 없던 차였다. 도서관 들어가면 꼭 지하에서 500원짜리 카페모카를 뽑아먹는 나는
잔돈을 만들기 위해 생협에 갔다. 남들처럼 껌을 살까 하다가 또 언제나처럼 노트 코너를 둘러보고 있었다.
둘러보던 중 위에서 말한 적당한 크기에 표지는 이탈리아 베니스의 풍경 사진인 예쁜 노트가 있었다.
빨려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풍경 사진이라 그런가 - 단색인 다른 노트들을 바라볼 때와는 달리 상이 저 먼 곳에 닿는 느낌.
생각해 보니 나는 풍경 사진의 노트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2학년 때 열심히 들고다니면서 수업내용 필기한 노트도 프랑스 사진.
노트를 사자마자 그 생각이 나서 바로 맨 뒷장에 이렇게 적어두었다.


항상 뭔가를 써야된다.
메모하고싶은 욕구(?)다.
항상 보면.. 꼭 남김없이 다쓰는 노트는 표지가 풍경 그것도 외국풍경
이번학기에 이 노트를 꼭 다 써야지.
메모도 많이하고 생각도 많이하고 - 그랬으면 좋겠다
09. 4. 30


정말 내 생각대로 이 노트는 자꾸 손이 가고 눈길이 간다. 끄적거리고.
생각을 끄적거릴 수 있는 능력을 받고 태어난 데 감사한 마음이 불쑥 생긴다.
난 삶이 끝나는 그날까지 계속 기록하고, 끄적거릴 테다.

(난 혹시 나중에 유물이라도 되지 않을까 싶어 찢어서 메모한 종이마저도 보관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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