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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8. 23:31 - 시맹

나는 나고













1. 드라마는 드라마고, 나는 나다. 드라마를 한 주 걸렀다. 좀 바빴었는지, 거르지 않을 것 같았던 것도 걸렀다. 밥도 걸렀다. 잠도 걸렀고. 몸이 느낄 정도로 핼쓱해졌다. 요즘엔 생각이 많고 슬펐다. 보통 때는 아무나 붙잡고 이것저것 잘도 얘기했는데,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다. 밥은 걸렀지만 커피는 좀 늘었다. 요즘은 쓴 맛이 좋다. 쓴 맛이 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씁쓸하면서도 여유있는 느낌의 사람. 녹차 같은 사람. 나를 애써 이해하려 하지 않을 사람. 녹차 같은 사람.



2. 오늘 당연히 눈이 올 줄 알고 우산을 안 가져갔는데 비가 왔다. 금자는 눈이나 비나 어차피 맞는 건 똑같은데 왜 우산을 안 가져갔냐고 반문했다. 그래도 눈을 맞을 때랑 비를 맞을 때는 느낌이 다르다. 우산 없이 비를 맞을 때는 상당히 기분이 안좋았다. 습기차고 너무 추웠다. 이상하게 오늘은 옷도 얄팍하게 입고 왔다. 나는 아직 감기가 낫지 않았는데, 감기가 낫기 싫은가 보다. 



3. 새 핸드폰이 도착했다. 일단 처음에 와서 신기했는데 원래 쓰던 것과 많이 비슷했다. 다만 재질이 좀 더 싸구려 재질. 일단 개통해달라고 전화를 했는데 10분 뒤에 개통이 된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올드와 뉴를 양 손에 쥐고 찬찬히 바라보았다. 한 쪽은 정을 뗄 것, 한 쪽은 정을 붙일 것. 이제는 정을 떼야만 할 올드는 계속 내 눈에 밟혔다. 그리고 나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개통 취소할게요".



4. 나는 지금 혼자서 다른 세상에 있는 기분이다. 외롭지 않아도 외롭다. 애써 나를 이해하려 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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