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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3. 16. 23:26 - 시맹

생각들





 나는 4년제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했고, 최고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성실한'학생 정도의 평가를 받고 졸업했다. 프로그램 개발에 관심이 많아 공모전에도 도전해 보고 때론 스펙과는 상관없이 흥미만으로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어본 몇몇 친구들과 다르게 나는 숙제 외에는 프로그램을 개발해본 적이 없다. 아, 한 번 빼고. 2학년 때는 컴퓨터비전을 공부해보고 싶어서 당시 능력으로는 무모한 도전을 했었고 처참히 망했다. 연구실에서 두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완성된 건 없다. 열심히는 했던 것 같은데 능력부족인지 맷집부족인지(맷집부족이 크다고 생각한다) 마무리는 항상 흐지부지했다. 중간에 2년정도 휴학을 하고 영어공부도 하고 고시공부도 했었다. 갓 졸업한 지금 생각해 보면 내 대학생활은 '그래서 내가 제대로 한게 뭐가 있지?'. 가끔 내 또래의, 혹은 위로 10세까지 차이나는 현직 개발자 혹은 대학원생의 블로그를 우연히 보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이런 생각이 더욱 심해진다. 한 분야에 열정적으로 파고들어 애정과 통찰이 가득한 글들을 보면 꼭 전산 분야가 아니더라도 그런 열정이 부럽고, 그렇게 열정적이지 못했던 내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이렇게 자괴감이 들 때마다 내 미래가 불투명해 보이고 '아마 난 안될거야..'같은 마음이 들지만, 이렇게 남과 비교만 하다가는 내 인생이 비극으로 끝날 게 분명하다. 그래서 난 오늘이 처음이라 생각하고 차근차근 다시 시작한다. 지금부터 걷는 발자국들이 조금씩 모여 내가 목표를 향해 잘 가고 있다는 근거가 되어 줄 것이다. 말로만 듣던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 여정일지언정 나는 10이라는 고지에 오른 뒤에 그 다음을 생각하기로 했다. 한 분야의 정상에 다다르면 그때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하고싶은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의 나는 3정도에 있지 않을까. 이 곳에서는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지 틀린지를 판단하기는 너무 이를 것이다. 


남보다 늦어도 괜찮다. 그저 샛길로 빠지지만 말고 한번 끝까지 꾸준히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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